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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기 한국 프랑스알룸나이 얼굴 홍보 캠페인 정기정 선배 (국가핵융합연구소 ITER한국사업단장)와의 인터뷰

12 November 2020 Busin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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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프랑스로 유학 가기 어떤 공부를 하셨나요?

 

아주대학교에서 공업화학을 전공하였습니다.

 

  1. 프랑스에서 어떤 분야의 학업을 이수하셨나요? 프랑스만이 갖고 있는 교육적 특색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다른 나라에 비해 어떤 장점 (인턴십 ) 있는지요?

 

프랑스 툴루즈의 국립응용과학원(INSA Toulouse)에서 공업화학을 공부하였고, 이어 프랑스 툴루즈의 국립 폴리테크닉 학교 (Institut national polytechnique de Toulouse)에서 공업화학 분야 학위를 하였습니다. 제가 장학 기간이 길어서 Grandes écoles의 학부부터 다시 공부를 하고 싶다고 요청하여 INSA Toulouse에 입학을 하였는데, 가장 놀라운 것은 학기 시작 전에 우리나라 대학에서처럼 수강신청을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고등학교와 같이 정해진 과목에 정해진 수업 시간대로 강의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또한 입학식도 졸업식도 없다는 것입니다. 수업 첫 시간에 교수님께서 들어오시더니, 내 이름을 묻고는 바로 수업을 시작하였습니다.

 

INSA 졸업 후에 박사 학위를 해야 한다고 했더니 많은 프랑스 친구들이 왜 박사 학위를 해야 하는지 의아해했습니다. 즉 Grandes écoles 졸업하여 엔지니어가 되면 최고 학위인데다, 산업체에 가면 최고의 월급을 받을 수 있는데, 이해가 안 간다는 얘기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졸업 전에 굴지의 프랑스 석유회사, 제약회사, 프랑스 원자력 연구원 등 일자리가 여러 개의 일자리 제안이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당시 저의 상황은 박사 학위를 해야만 했었습니다.

 

프랑스 교육의 가장 큰 장점은 좋은 교육 여건과 저렴한 교육비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물론 저의 경우에는 프랑스정부 초청 국비 장학생이었으니까 학비에 대한 염려는 없었지만, 다른 프랑스 친구들을 보아도 돈 때문에 학업을 중단해야 한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습니다.

 

박사학위 과정은 다른 나라와 특별히 다를 것은 없어 보입니다. 다만 학부 때보다는 훨씬 긴장이 덜 되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저는 산업체와 연관된 분야의 주제로 학위를 하는 기회가 주어져서, 장학금에 더하여 산업체로부터 추가적 재정지원을 받는 혜택까지 누릴 수가 있었습니다.

 

  1. 프랑스 유학을 선택하신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고등학교를 졸업하던 해인 1973년에 아주대학교가 개교하였는데, 1972년 아주대학교는 공부를 잘 하는 학생들에게 프랑스 유학의 길이 있다고 대대적인 홍보를 하였습니다. 그 해 고등학교 수학 선생님께서 저에게 아주대학교를 가면 틀림없이 유학을 갈 길이 있으니 그렇게 해 보라는 권고가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유학이라는 것을 꿈도 꿔보지 못했던 시절이라, 정말 그럴까 하는 의구심과 함께 그런 희망을 갖고 아주대학교를 선택하였는데, 과연 그 꿈이 이루어지게 된 것입니다. 지금 생각해 보아도 이 보다 더 잘한 선택은 없었을 것이라는 믿음과 함께, 고등학교 수학 선생님의 권고에 감사한 마음을 항상 갖고 있습니다.

 

  1. 한국학생들에게 프랑스 유학을 추천하고 싶으신가요? 만약 그렇다면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리는 유학하면 바로 떠 올리는 나라가 미국입니다. 아마도 언어적 장벽이 적어 유리하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습니다. 물론 기회도 더 많구요.

 

그러나 프랑스에서 과학이나 공학을 공부하는 것도 매우 좋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저렴한 학비와 우수한 교육 여건 등 하나도 부족할 것이 없습니다. 다만 저와 같이 학부부터 다시 유학을 한다는 것은 언어 상의 문제 등으로 매우 신중하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저는 몰라서 그 어려운 길을 택했습니다. 그러나 대학원 과정부터는 영어로도 가능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더구나 프랑스 사람들이 예전에 비해 영어를 매우 잘 합니다. 그래서 석사 과정부터는 큰 어려움이 없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불어를 잘 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도 주어집니다. 외국어를 하나 더 잘 구사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자산입니다. 프랑스어에 대한 희소성도 있습니다.

또한 유럽이 갖는 풍부한 문화적 역사적 견문을 넓힐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이러한 산 경험은 본인의 나머지 삶을 살아가는데 매우 중요한 자산이 된다는 것을 깨우치게 될 것입니다.

 

  1. 프랑스 유학을 계획하는 한국 학생들에게 유학 생활을 적응하기 위해 특별히 해주실 조언이 있으시면 무엇인가요?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프랑스 유학을 잘 하기 위해서는 우선 프랑스어를 잘 구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프랑스 유학을 꿈 꾸신다면 오래 전부터 프랑스어를 공부하는데 소홀하지 말아야 합니다. 또한 유학을 갈 학교에 대한 충분한 사전 지식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제가 유학을 갔던 1978년과는 완전히 달라서 본인이 노력만 하면 정말 엄청난 사전 지식을 갖출 수 있습니다.

 

제가 유학을 떠나는 시기에는 정말 프랑스 유학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습니다. 당시에는 서울 - 파리간 에어프랑스 직항이 없었기 때문에, 일본 도쿄에서 에어프랑스를 갈아타고 알래스카의 앵커리지를 거쳐서 파리 샤를 드골 공항을 가는 여정이었습니다.

 

막상 파리 공항에 도착을 해서 우리는 다음에 어디를 가야 하는지도 몰랐습니다. 우리는 한국에서 제일 많이 들은 단어가 ‘외무성’이라서, 각자 그 무거운 유학용 큰 가방을 하나씩 끌고 무조건 파리에 있는 프랑스 외무성을 물어 물어 어렵게 찾아 갔더니, 그곳이 우리 일행을 맞이해 주는 곳이 아니었습니다. 정말 온갖 데를 다 찾아 헤매다가 드디어 CNOUS라는 장학생들을 담당하는 기관을 찾아가게 된 것입니다. 그 때의 반가움과 감동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이후 장학금을 수령하고 가까운 호텔에 가서는 따로 떨어져 잘 수가 없다고 5명 모두 한 방을 썼습니다. 다음날 아침 한 친구는 어학연수 도시가 달라서 다른 기차를 탈 수밖에 없었는데, 왜 자기만 다른 도시인지 모르겠다면서 눈물을 줄줄 흘리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물론 모두가 울었지요. 지금 생각해 보면 정보가 부족해서 겪었던 고통이었습니다.

 

  1. 가장 좋아하는 프랑스 도시는 어디인가요? 이유는 무엇인가요?

 

저로서는 물론 뚤루즈(Toulouse) 입니다. 제가 7년을 넘게 산 도시입니다. ‘장미빛 도시’라는 닉네임을 가진 뚤루즈는 프랑스의 4-5대 도시로 교육과 연구 도시입니다. 전 분야에서 정말 훌륭한 대학들도 많고, 인구 약 50만 명의 큰 도시이기는 하지만, 남불 특유의 여유로움과 사람들의 열린 마음도 매우 좋습니다. 또한 좋은 날씨에 지중해가 멀지 않고, 피레네 산맥이 멀지 않은데다 주위에 관광을 할 수 있는 곳도 너무나 많습니다. 정말 프랑스의 삶을 즐길 수 있는 도시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1. 가장 좋아하는 프랑스 요리는 무엇인가요? 이유는 무엇인가요?

 

사실 저는 뭐든지 잘 먹는 잡식성이라 특별히 생각나는 요리는 없습니다. 게다가 요리도 세계화되어 어떤 것이 프랑스 요리인지 구분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스테이크, 슈크르트, 리조토, 홍합 요리 (프랑스어로는 ‘물’이라고 발음합니다) 등을 좋아하는데, 엄밀하게는 유럽 요리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네요. 특히 족발 등이 섞여 있는 슈크르트 요리는 식사 겸 포도주나 맥주 등의 술안주로도 매우 안성맞춤이라서 프랑스에 갈 기회가 있을 때마다 꼭 즐기는 요리입니다. 가격도 매우 저렴하구요.

 

  1. 가장 좋아하는 프랑스 단어는 무엇인가요? 이유는 무엇인가요?

 

발음으로 가장 좋아하는 단어로는 ‘프로방스(Provence)’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발음이 매우 쉽고 매우 낭만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게다가 프로방스 하면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알퐁스 도데나 폴 세잔느 등의 문학가들이나 화가들이 생각나기도 하구요. 지금은 제가 사업책임을   맡고 있는 ITER 국제핵융합실험로 건설이 액상 프로방스에서 멀지 않은 곳이라서 자주 이 지역을 방문하게 되는 데, ‘프로방스’라는 단어를 쓸 때 마다 발음의 낭만성에 감동을 받곤 합니다. 

 

의미적으로는 ‘똘레랑스(Tolérance)’라는 단어가 생각납니다. 관용을 갖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나와 다름을 이해하고 인정해 주고 서로 존중해 준다는 의미로 저는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그래서 인지 개인적으로는 프랑스에서 유학하는 동안 그리고 파리 OECD에서 3년 반 근무하는 동안 인종차별을 당했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없습니다. 그들이 똘레랑스라는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덕분인지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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